구본형 저
온라인 서점의 추천 책 링크를 따라가다 만나게 된 저자의 몇 가지 저술들과 추쳔평 들...
낯설지 않은 이름이었지만 그의 저술을 접해본 적은 없었던 듯 하다. 검색을 좀 더 해보니 저자는 작년에 작고하신 것으로 나온다. 왠지 모를 안타까움이 들며 그의 책과 그의 글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이 책은 저자가 50살의 문턱앞에서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회고한 자서전 같은 것이다.
저자의 다른 책은 아직 접하진 못했으나 그의 가장 솔직한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 않았나 한다. 그는 이 책을 쓰면서 10년에 한번씩 이런 형태의 개인의 역사를 출간하려고 싶다고 했으나 60의 문턱앞에서 세상과 이별했으니 그의 또 다른 10년을 듣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그는 개인이 역사는 그 스스로가 기록하고 편찬하여 평범한 사람들의 '밑으로부터의 이야기'가 남겨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러한 과거에 대한 개인의 역사를 스스로 재 조명해봄으로으로써 미래를 올바로 설계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강조한다.
(중략)
'나에 대한 이야기(me-story)'는 과거를 넘어 미래를 향한 기록이다. 자신에 대해 쓰다 보면, 해보지 못해 안타까운 일들이 밝혀지고 절실해진다. 이때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은 그 일들을 하면서 살 수 있는 기회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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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 없으면 역사도 없고 자신의 세계도 없다. 기록의 형태는 일기여도 좋고, 메모여도 좋고, 홈페이지여도 좋고, 사진첩이어도 좋고, 이 책 같은 자서전이어도 좋다. 무엇이 되었든 개인의 역사는 스스로에 의해 편찬되어야 한다. 이것이 군중속에서, 군중으로, 흔적 없이 매몰되는 자신을 잊지 않는 길이다.
저자가 말하는 자신의 기질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적잖이 공감대가 형성된다. 그의 기질의 많은 부분에 나의 기질을 엿볼 수 있어 그러할 것이다. 사소하게는 의자를 선택하는 기준에서 부터...
이런 사람들은 혼자서 조용히 사색하거나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겨한다. 특히 자신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에 몰입할 때 최고의 행복감을 느낀다. 이런 사람에게 적합한 직업은 저술가, 대학교수, 예술인, 카운슬링 또는 컨설팅 등이다.
그의 20대와 30대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잘 나가는 외국계기업에서 20년을 근무한 저자는 자신의 직장 경험을 살려 변화경영이라는 주제에 집중하여 40대를 보냈다. 책의 제목과 같이 마흔세 살에 불현듯 스쳐간 생각을 시작으로 저술을 하기 시작하고 1인 기업인, 강연자, 저술가가 되었다고 한다.
1997년, 마흔세 살이 되는 여름 어느 날부터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 당시 한 달 동안 포토 단식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새벽에 깨어 일어나 앉았다. 아마 배가 고파서 깊은 잠을 잘 수 없었던 것 같다. 잠이 깼지만 그대로 눠워 있었다. 날은 천천히 희미하게 밝아오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 할 일 없이 하루를 맞는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계속 그렇게 누워 있었다. 나는 기계적으로 일어나 해야 할 일이 없었다. 하루는 아무 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나를 찾아왔다. 하루하루를 낭비하고 있었다. 부끄럽고 한심한 일이었다. 나는 좌절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오랫동안 바라왔던 것, 즉 변화경영에 대한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났다. 나는 기뻤다. 내게 천둥처럼 할 일이 생긴 것이다. 갑자기 나는 내가 기획하는 세상 속으로 빨려 들어 갔다. 내가 기획하고 연출하며 배역을 맡는 이 훌륭한 놀이를 즐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열 달쯤 지나 책이 나왔다. 첫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독자에게 가는 선물이기보다는 나에게 주는 메시지였다. 책은 잘 팔렸다. 신문과 방송, 그리고 잡지들은 세상에 내가 있다는 것을 광고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세상에 변화경영 전문가로 데뷔하게 되었다.
많은 현인들이 남긴 글을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그 중에서 '지금 이 순간', '오늘 하루'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저자의 의견도 일치한다.
그가 말하는 자신만의 하루의 일부를 소개한다. 그리고 글을 쓰는 팁도 알려준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늘 읽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정리해야 한다. 정리된 강력한 핵심 개념들을 연결함으로써 미래를 현실적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를 해석할 수 잇을 때 비로소 일상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일상의 이야기가 되어야 실천할 수 있다.
변화를 두려워 하는 직장인에게 일침을 가하는 대목에서는, 현실이라는 그럴싸한 변명으로 정당화의 방패로 삼아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에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그들의 애환을 잘 아는 나는 왜 밖에서 작지만 독립적인 회사의 경영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받아들이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들은 부가가치가 낮은 지금의 일을 싫어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싫은 일조차 잃어버릴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지금의 하기 싫은 일을 버리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그 일을 잃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들, 직장 속에는 그런 사람들이 적어도 80퍼센트는 되어 보였다.
그러나 내가 떠나온 사회에서 느끼지 못했던 자유를 확보하는 순간 과거 생활을 장점들이 나를 공격했다. 나는 아무런 소속감이 없었다. 안전을 지켜줄 울타리도 없어졌다. 매일 지겹도록 만나면서 미운 정 고운정이 든 동료들도 사라졌다. 내게 정규적으로 '먹이를 주던 손'도 사라졌다. 아침이 되면 가야할 곳도 사라졌다. 생명보험도, 자녀교육비 지원도, 의료보험도 다 사라졌다. 모든 것은 내 주머니에서 지출되었다. 돈은 얼마나 빨리 소리 없이 사라지는 초조함이었던가!
밤의 생각은 지나치게 자유롭고 낮의 생각은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나는 새벽의 생각을 좋아한다. 새벽의 생각은 밤의 이상주의가 꿈으로 빚어낸 생각이고, 앞으로 다가올 낮 동안의 현실 속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다.
저자는 죽음을 곳곳에서 강조한다. 죽음 앞에 허망한 꿈같은 과거를 미리 되새기는 정신적 여행을 하여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으라 강조한다. 그가 이미 작고하여 이 충고는 더욱 값진 소리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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